모아둔 돈보다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은 유일한 연령대. 2026년 대한민국 청년의 자화상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7월 27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제2517호 '청년 자산형성 지원사업은 취약청년에게 어떤 의미인가?' (김대성 재정금융과 입법조사관)는 청년층이 처한 자산·부채 구조를 다른 연령층과 비교 분석하고, 정부가 확대해 온 자산형성 지원사업이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한 취약청년에게는 닿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아래 기사는 김대성 조사관의 논문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자산은 절반, 그마저도 '남의 집 보증금'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 39세 이하 청년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 1,498만 원. 전체 가구 평균(5억 6,678만 원)의 55.6% 수준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적다.
문제는 자산의 '구성'이다. 청년 가구의 부동산 보유액은 1억 6,418만 원으로 50대(4억 6,131만 원)의 3분의 1에 그친다. 반면 전·월세 보증금은 6,648만 원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청년 가구 자산의 5분의 1가량이 자기 집이 아니라 남의 집에 묶여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자산에서 나오는 소득도 미미하다. 39세 이하 가구의 재산소득은 연 186만 원으로, 60세 이상(865만 원)의 4.6분의 1 수준이다. 근로소득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뜻이고, 뒤집어 말하면 일자리가 끊기는 순간 곧바로 생계 위기로 직행한다는 의미다. 취업난과 고용 불안이 단순한 '소득 문제'에 머물지 않고 자산 문제로 번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표 1] 연령대별 자산유형별 보유액 ('25.3월 기준, 단위: 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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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자산 |
금융자산 |
전·월세 보증금 |
실물자산 |
부동산 |
|---|---|---|---|---|---|
|
전체 |
56,678 |
13,690 |
3,730 |
42,988 |
40,298 |
|
39세 이하 |
31,498 |
12,957 |
6,648 |
18,541 |
16,418 |
|
40~49세 |
62,714 |
16,401 |
5,615 |
46,313 |
43,063 |
|
50~59세 |
66,205 |
16,507 |
3,333 |
49,698 |
46,131 |
|
60세 이상 |
60,095 |
11,236 |
1,761 |
48,860 |
46,652 |
자료: 국가데이터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빚의 질(質)이 나쁘다… 저축 대비 금융부채 131.1%
부채 총액만 보면 청년 가구(9,548만 원)는 전체 평균(9,534만 원)과 비슷하다. 그러나 부채의 '질'이 다르다.
이자 부담이 발생하는 금융부채가 8,272만 원으로 전체 평균(6,795만 원)을 크게 웃돌고, 전체 부채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86.6%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중장년층의 부채에는 임대보증금 같은 비이자성 부채가 섞여 있는 반면, 청년의 빚은 대부분 매달 이자가 나가는 '진짜 빚'이라는 얘기다.
재무건전성 지표는 더 뚜렷하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30.3%로 전체 평균(16.8%)의 약 1.8배.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31.1%로, 100%를 넘는 유일한 연령대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비율도 63.0%로 4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표 2] 연령대별 부채 및 재무건전성 (단위: 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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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부채 |
금융부채 |
금융부채 보유가구 |
부채/자산 |
금융부채/저축액 |
|---|---|---|---|---|---|
|
전체 |
9,534 |
6,795 |
52.0 |
16.8 |
68.2 |
|
39세 이하 |
9,548 |
8,272 |
63.0 |
30.3 |
131.1 |
|
40~49세 |
14,325 |
10,503 |
68.8 |
22.8 |
97.4 |
|
50~59세 |
11,044 |
7,775 |
60.5 |
16.7 |
59.0 |
|
60세 이상 |
6,504 |
3,889 |
34.8 |
10.8 |
41.0 |
세대 간 격차보다 무서운 '세대 내 40배 격차'
보고서가 더 심각하게 본 것은 청년층 '내부'의 격차다.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2025년 기준 청년가구 자산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은 9억 3,022만 원, 하위 20%는 2,301만 원으로 격차가 약 40.4배에 달했다.
부모의 지원과 상속·증여, 부동산 시장 진입 시점 같은 한 번의 차이가 주거·결혼·출산 등 생애 주요 결정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출발선의 차이가 생애 전체에 걸쳐 누적·증폭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하위 20%인 가구 중 20~30대 비중은 2020년 7.9%에서 2025년 15.2%로 두 배가량 늘었다.
결국 취약청년은 중장년 세대와의 격차, 그리고 또래 집단 내부의 격차라는 '이중의 격차'에 놓여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자력으로 정상적인 자산형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청년들이 가상자산이나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로 몰리는 현상 역시 이런 구조에서 파생된 결과로 지목됐다.
201만 명 몰린 청년미래적금 … 연 18~19%대 적금 효과
정부의 대응은 자산형성 지원사업이다. 현재 체계는 크게 두 갈래다. 희망키움통장에서 출발해 청년내일저축계좌로 이어지는 복지형 매칭저축, 그리고 청년희망적금(2022년)·청년도약계좌(2023년)를 거쳐 2026년 6월 22일 출시된 청년미래적금으로 이어지는 금융형 정책상품이다.
[표 3] 청년 자산형성 지원사업 주요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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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명(부처) |
주요 내용 |
비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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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미래적금 (금융위·서금원) |
만 19~34세, 3년 만기 월 50만 원 한도, 정부기여금 일반형 6%·우대형 12%, 이자소득 비과세 |
'26.6.22. 출시, 도약계좌 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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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약계좌 (금융위) |
만 19~34세, 5년 만기 월 70만 원 한도, 정부기여금+비과세 |
'25.12월 신규가입 종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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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내일저축계좌 (복지부) |
중위소득 50% 이하 근로청년(만 15~39세), 본인저축 월 10만 원에 정부지원금 매칭(최대 1:3) |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18조의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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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내일채움공제 (고용부) |
중소기업 정규직 청년 2년 400만 원 적립 시 1,200만 원 수령 |
'24년 가입종료 |
청년미래적금은 금리·정부기여금·비과세를 모두 감안하면 일반형 연 13.214.4%, 우대형 연 18.219.4%짜리 적금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총급여 3,600만 원 이하 중소기업 재직자, 연 매출 1억 원 이하 소상공인 등이 가입하는 우대형은 월 50만 원씩 3년을 부으면 최대 약 2,255만 원의 목돈을 쥘 수 있다.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출시 5영업일 만에 가입신청 100만 명을 넘겼고, 신청 마감을 앞둔 7월 2일 기준 누적 신청자는 201만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중도 해지율 15.9%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율은 2023년 말 8.2%에서 2024년 말 15.9%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중도해지 시 정부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므로, 결과적으로 혜택은 3~5년을 버틸 수 있는 '저축 여력이 있는 청년'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된다.
제도의 잦은 교체도 신뢰를 깎았다. 청년희망적금(2년)→청년도약계좌(5년)→청년미래적금(3년)으로 대표 상품이 바뀔 때마다 만기와 조건이 달라져 기존 가입자들은 갈아타기를 두고 혼란을 겪었다. 장기 저축을 유도해야 할 정책이 정작 제도 자체의 단명(短命)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처별 분산 시행도 걸림돌이다.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가 각각의 법령에 근거해 사업을 운영하고 유사 사업 간 중복가입 금지 규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청년 입장에서 자신에게 맞는 제도를 찾기조차 쉽지 않다.
해외는 '출생부터' … 국내 입법 논의는 두 차례 좌초
[표 4] 주요국의 자산형성 지원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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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제도 |
주요 내용 |
특징·시사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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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동신탁기금(CTF) |
출생아 1인당 250파운드 지급(저소득·장애아 500파운드), 7세 추가 지급, 18세 인출 |
보편지급이나 '11년 긴축으로 종결, 효과의 부유층 집중 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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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평생 개인저축계좌(LISA) |
18~39세 개설, 연 4,000파운드 한도 저축액의 25% 정부 보조(연 최대 1,000파운드) |
주택·노후 목적 한정 매칭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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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동기회계좌(Baby Bonds) |
출생 시 1,000달러+소득별 연 최대 2,000달러 적립, 18세부터 주택·교육·창업 용도 인출 |
연방은 미입법, 주·시 단위 확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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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베이비 보너스·아동개발계좌 |
현금지급(첫째·둘째 11,000싱가포르달러 등)+부모 저축 1:1 정부 매칭 |
보육·교육·의료 사용처 지정, 고등교육 연계 |
주요국은 출생 시점부터 자산을 형성해 주는 보편적 제도를 기반에 깔고, 그 위에 특정 목적의 매칭형 제도를 얹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만 영국 CTF는 2011년 긴축으로 종결됐고 효과가 부유층에 집중됐다는 논란도 남겼다.
국내에서도 입법 시도는 있었다. 제21대 국회에서 2008년 이후 출생한 전 국민에게 18세까지 월 20만 원을 적립하는 보편적 기본자산 법안과, 소득·재산 요건을 충족하는 청년을 선별 지원하는 법안이 각각 발의됐다. 그러나 보편 모델은 연 15~18조 원에 이르는 재정소요가, 선별 모델은 기존 사업과의 중복이 쟁점이 되면서 모두 입법화되지 못했다.
개선방향 — "누진 매칭·유연한 유지·통합 체계화"
보고서는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취약청년 중심의 설계 보완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매칭률이 높아지는 누진적 매칭 구조를 강화하고, 실직·질병 등 위기 상황에서 납입중지와 부분인출을 폭넓게 허용해 중도해지로 혜택이 통째로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 신고 이력이 없는 구직단념·고립은둔 청년에 대해서는 자활사업·직업훈련 참여와 연계해, 자산형성 지원이 노동시장 복귀의 유인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둘째, 분산된 사업의 통합·체계화다.
개별 사업을 새로 만들기보다 흩어진 사업의 법적 근거를 통합하는 기본법적 접근이나, 「청년기본법」상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자산형성 지원 분야를 명시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셋째,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다.
자산형성 지원은 만기까지 수년간 재정 투입이 이어지는 사업인 만큼 지원 대상과 수준의 단계적 확대, 유사·중복 사업 통폐합을 통한 재원 재배분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방향 변경과 무관하게 제도의 골격이 유지되도록 법령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대상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왜 이 문제를 제기했나
보고서가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자산은 소득과 성격이 다르다'는 인식이다. 김대성 조사관은 소득이 매달의 생활을 지탱하는 흐름이라면 자산은 실직·질병 같은 위기에 대응하고 교육·주거·창업 같은 기회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라고 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이 없는 청년은 같은 소득을 벌더라도 위기에 더 취약하고 기회 앞에서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득보조 중심의 사회보장을 자산형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른바 '자산기반복지(asset-based welfare)' 논의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배경이기도 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201만 명이 몰린 청년미래적금의 흥행은 정책 성공의 지표인 동시에 질문의 출발점이 된다. 보고서는 저축을 전제로 하는 지원 방식이 저축할 여력이 있는 청년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기 쉽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한다. 청년층 내부의 순자산 격차가 40.4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청년'이라는 하나의 범주를 대상으로 설계된 제도가 정작 자산 축적이 가장 절실한 취약청년을 제도 밖에 남겨두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이 결론에서 누진적 매칭 구조, 위기 시 납입중지·부분인출 허용, 구직단념·고립은둔 청년의 자활사업 연계를 나란히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원의 총량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문턱과 유지 조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라는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