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종택으로
9일 TVING으로 공개된 ‘촌장주점’ 4화에서는 15기 영수의 음식 타박과 입바른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면서 급기야 22기 영숙과 13기 옥순이 분노 폭발 일보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펼쳐졌다. 무섬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낸 세 사람은 조선 중기 학자였던 농암 이현보 선생이 살던 농암종택으로 향했다. 농암종택은 17대손 종부가 전통주를 빚으며 600년 전통을 이어가는 곳이다. 그런데 15기 영수는 도착하자마자 “오늘 의상들이 다 헐벗었는데.”라며 두 여성이 듣기 불편한 말을 했다. 하지만 두 여성은 만성이 된 듯 그냥 흘려넘기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뭇잎 한 개 같은 작은 배
농암종택 이은미 팀장이 세 사람을 맞으며 농암종택이 자랑하는 술을 가져왔다. 일엽편주라는 이름의 청주와 탁주였다. 일엽편주(一葉片舟)는 나뭇잎 한 개 같은 작은 배를 의미하는 말로서 자연과 어우러져 노니는 풍류를 상징한다. 탁주는 3만 2천 원, 탁주에서 술지게미를 걸러낸 청주도 3만 2천 원이다. 여기에 계절술인 꽃술 일엽편주는 각각 3만 8천 원이었다. 총 네 가지 술을 3인방은 주패로 결제하고 행복한 마음이 되어 술을 받아들고 농암종택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쪽마루에 앉아 안주를 기다렸다.
일엽편주와 전통 다과류는 최고의 궁합
소반에 안주가 한 상들어오자 15기 영수는 행복에 넘치는 표정이 되어 자리에 일어서서 맞이했는데 안주를 보고 세 사람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성 들여 만든 고급스러운 한국 전통 과자였기 때문이다. 유밀과, 강정류, 다식류, 정과류가 방짜 유기 오절판에 가득 담겨 나왔다. 인삼, 금귤, 호두, 생강, 육포가 가득 담겨 있는 접시 옆으로 잣이 하나하나 박힌 곶감과 북어 보풀도 작은 놋그릇에 따로 담겨 나왔다.
15기 영수는 자신의 음주 스타일대로 탁주를 흔들지 않고 영숙과 옥순에게 한 잔씩 따라주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진짜 복숭아꽃 향이 난다.”라며 22기 영숙은 술 향을 평가하면서 “산미도 느껴진다.”라며 마시기 전부터 냄새만으로 술맛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22기 영숙은 “막걸리보다는 청주에 가까운데 청주라기에는 톡 쏘는 맛이 막걸리구나.”라고 했고 13기 옥순은 “이거 되게 여자들이 좋아할 것 같아.”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15기 영수에게 “남자는 어때?”라고 묻자 영수는 “나는 술이면 웬만하면 다 맛있어.”라며 일엽편주에 대한 별다른 평가는 하지 않았지만 금귤 정과를 하나 맛보고는 “이거 너무 고급스러워”라며 크게 감탄했다. 영숙과 옥순도 한과 안주에 놀라워하며 공감했다.
15기 영수 “아니 근데 너무 황송하다.” 22기 영숙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15기 영수 “술도 술인데 이게(안주)가 너무 황송한 것 같아. 호강하는구만.”22기 영숙 “정말.”
이들은 꽃술에 이어서 탁주와 청주도 따라 마시며, 황송한 마음이 들게 하는 안주와 훌륭한 술 그리고 풍광이 어우러진 풍류 속에서 불편한 마음을 털어버리고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갔다.
15기 영수 “화가 많이 풀렸어?”
13기 옥순 “굉장히 많이 풀렸고요.”
15기 영수 “하하하하.”
22기 영숙 “나 근데 아침에 찐으로 화나긴 했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더라고.”
아침에 있었던 미숙한 영수의 설거지 이야기, 술을 가지고 집에 싶다는 영숙, 아니다 모두 마시고 가겠다는 영수가 모두 어우러져 한옥 쪽마루 술상의 좋은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또다시 '제육은 짜다'
하지만 15기 영수가 연거푸 술을 마셔서 술이 바닥 날 즈음 어제 먹은 음식 이야기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묵사발은 맛있고, 미나리전도 맛있었지만 제육은 좀 짰다는 영수의 말에 13기 옥순은 ‘진짜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을 들은 22기 영숙도 “오빠가 요리 그렇게 할 수 있어?”라며 반문하고 자신과 옥순이 요리하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닥치고 먹어.”라며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잘못했네”라며 15기 영수는 곧바로 반성했다. 하지만 “이야기하다 보면 이거 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라며 자기 자신도 제어되지 않는 입바른 소리 습성에 두 여성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나 집에 갈래
마침내 13기 옥순이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어도 고맙게 먹어야 한다’는 말을 하자 15기 영수는 아침으로 청국장 대신 “콘프로스트를 말아 먹자는 얘기거든.”이라고 반박한다. 이 말을 듣고 13기 옥순은 고개를 돌려 영수를 외면하고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함께 듣고 있던 22기 옥순도 “너 진짜 말아 먹어 볼래?”라며 점점 쌓여 가는 분노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굽히지 않는 영수, 그로 인한 두 여성의 갑갑증으로 언쟁이 커질 무렵 제작진의 만류로 세 사람은 술자리를 겨우 마무리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나 살면서 이런 사람 처음 봐"
차 안에서 15기 영수는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용서를 구했지만 두 여성의 표정은 영수의 말이 기가차고 믿기지 않아 떨떠름하게 변했고 역시나 몇 마디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영숙과 옥순은 더욱 속이 답답해졌다.
22기 영숙 “(13기 옥순에게) 네가 얘랑 프라하 갔어 봐.”
15기 영수 “남편은 될 리가 없어.”
22기 영숙 “나 살면서 이런 사람 본 적이 없거든. 태어나서.”
13기 옥순 “나 진짜 처음 봐.”
그런데 이런 대화 중에 15기 영수는 “음식을 많이 먹었고, 좀 짜고.”라고 또다시 말해 옥순과 영숙을 질리게 했다. 덧붙여 13기 옥순에게 ‘화장이 중요하다, 하얀 스타일이 아닌데’라는 등 13기 옥순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지만 두 여성은 분노를 넘어서 어이없어 하는 단계까지 이르러 화를 내기보다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안동 찜닭 골목에서 마시는 안동 소주
안동 찜닭 골목에서 좌절한 13기 옥순3인방은 안동시 서부동에 있는 안동 찜닭 골목에 들어섰다. 22기 영숙이 자리를 비운 사이 먼저 13기 옥순과 영수가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아직도 농암종택의 술자리 뒤끝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다소 굳은 얼굴이 되어 13기 옥순이 “근데 항상 왜 말하고 끝맺음을 안 맺어요?”라고 묻자 15기 영수는 고개를 번쩍 들어 용기를 내어 정확하게 끝맺음하겠다고 하더니 “제육볶음은 짰고, 청국장은 더 짰고.”라고 말하자 13기 옥순은 얼굴을 파묻고 할 말을 잊었다.
“못생겨 가지고”
이때 22기 영숙이 자리로 돌아왔다. 제작진이 ‘짜다’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며 영수의 말을 끊으며 개입한 직후였다. 15기 영수는 “조용히 해!”라는 22기 영숙의 말이 거슬렸는지 “못생겨 가지고.”라고 궁시렁 거렸다. 영숙은 이 말에 헛웃음을 지으며 “죽고 싶냐.”며 영수의 볼을 잡아당기고야 말았다.
그때 안동 찜닭이 나왔다. 영숙은 특유의 복스러운 먹성으로 닭다리를 뜯었고 13기 옥순도 서울과 다른, 가는 당면이 맛있다며 감탄했다. 그런데 15기 영수가 또 미나리전은 맛있었다는 말을 하자 22기 영숙이 영수의 입을 틀어막으며 “이게 정나미 떨어져. 이 뒷일이 다 보이거든.”이라며 얼굴이 굳어졌고 13기 옥순도 안동 찜닭을 먹다가 갑자기 미나리전이 왜 나왔냐며 어이없어 했다.
안동 소주로 화를 달래고
안동 소주13기 옥순은 속이 탔는지 사장님에게 21도 안동소주를 시켰다며 술을 달라 재촉했고 술이 나오자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며 술잔을 받았다. 한 잔 술이 들어가자 조금 전의 언짢음은 사라지고 소주 품평이 이어졌다. 22기 영숙은 “고구마 술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고 13기 옥순은 시중에 흔하게 팔리는 소주에서 “화학 향이 빠진 느낌”이라고 평했다. 15기 영수가 대화에 끼어들려고 했으나 옥순과 영숙은 끼워주지 않고 술잔만 기울였다.
"나 이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올 것 같아"
‘앞으로 잘하겠다’고 여러 번 15기 영수가 말해도 두 사람은 수없이 ‘짜다’를 반복하고 도돌이표를 찍은 영수라서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도 영수가 계속 말을 붙이자 급기야 22기 영숙은 점점 화가 나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왜 자꾸 나한테 이런 시련이 오지?”라며 신을 찾으며 망연자실했다. “아 나 이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올 것 같아.”라고 하며 힘들어했다. 22기 영숙은 인터뷰에서 “계속 기분이 너무너무 나빴고 눈을 못 쳐다볼 정도로 화가 났어요.”라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13기 옥순은 세 분이 주점을 열 수 있겠냐는 질문에 “못 열 것 같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음 주 예고
다음 주 예고완전히 파국으로 끝날 것 같은 세 사람이 다시 뭉쳤다. 영수는 금주를 했는지 안색이 좋았다. “촌장주점!”을 외치며 세 사람이 승합차에 올라 달리는데 갑자기 영수는 일본에 갔다 온 이야기를 하며 “근데 나는 (일본 음식이) 입에 안 맞더라.”라고 말하자 영숙은 “왜? 너무 짜?”라고 받아친다. 이들은 대형 우물이 있는 양조장에서 식전 음주를 시작하는데 서로가 한 말이 달라 언쟁으로 번지자 13기 옥순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국의 명주를 찾아 나선 촌장주점의 주(酒)인장들은 무사히 명주 순례를 마치고 계속 촌장주점을 함께할 수 있을지 3인방의 불안한 동행은 다음 주(16일) 오후 5시 TVING으로 공개되는 '촌장주점' 5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8월 19일에 시작된 ‘촌장주점’은 지인, 친구, 선남선녀들이 자연스럽게 술과 음식을 나누며 새로운 인연을 쌓아가는 남규홍 PD표 리얼리티 예능이다. 술이 사회와 개인사에 끼치는 해로움이 있지만, 인생의 어려움을 술 한잔으로 가볍게 넘기게 하고, 어울려 대화를 나누면서 타인의 지혜를 배우는 순기능도 있음을 주목하며 올바른 음주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되었다.